2000년 8월 18일 캐나다 퀘벡주(州) 몬트리올, 그날 45세 생일을 맞은 장 벨리보씨는 유모차를 개조한 손수레에 간단한 옷가지와 먹을 것, 침낭과 작은 텐트, 구급상자를 싣고 자신의 집을 떠나 장장 12년간의 여정에 나섰다. 세계의 전 대륙을 걸어서 여행하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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광고업체에서 일하던 평범한 가장, 열한 살 연상의 아내와 두 아이를 둔 그가 갑자기 '걸어서 세계 일주'를 선언하게 된 까닭은 뭘까? 그는 "'중년의 위기(mid-life crisis)'가 닥쳐와서"라고 했다. "뭘 해도 행복하지 않았어요. 어느날 문득 걸어서 세계 대륙을 여행하자는 생각이 떠올랐어요. 미친 짓인 줄 알았지만 벗어날 수 없었어요."
8개월 여를 고민하던 끝에 2000년 5월의 어느 일요일 아침 그는 아내에게 말했다. "여보, 나 10년쯤 집을 비워야 할 것 같아." 침묵 끝에 아내가 물었다. "이혼하자는 거야?"
"아내에게 나는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지만 내 안의 허망함을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어요. 납득한 아내가 나를 지지하겠다고 말하더군요. 대신에 조건을 달았어요. '세계 평화를 위해 그 일을 하라'고요."
마침 2001~2010년이 UN이 정한 '세계 어린이를 위한 비폭력과 평화의 기간'이었다. 그는 세계 어린이들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여행을 하겠다고 결심했다. "나 자신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한 여행이 좀 더 큰 목표를 가지게 된 셈이죠.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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